윈드워드 - #6. 우산을 들고 있는 남자 (2025)

작품명: 윈드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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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산을 들고 있는 남자2016.08.21.

학교 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지루했었다.지루했는데 어찌나 시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그렇게 7년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벌써 8학년 가을 새 학기를 맞이한 지 3개월이 지났다.날씨가 제법 추워져 목도리와 장갑은 필수였다.2년 후면 이곳을 떠나 사회에 나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오빠의 다시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난 17살이 되었고, 연지와 엘라는 나의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가 되었다.12월 초 어느 날, 추운 날씨를 피해 여기 교육원에 하나뿐인 멋진 카페에서 연지, 엘라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리고 부드러운 라떼를 마시며 공부를 하던 중 나는 연지에게 제안을 하나 받았다."사라, 너 요즘 외롭지 않니?""외롭다니?""아니, 너가 남자애들 이야기를 그렇게 안 하는 이유가, 혹시나 외로워서 숨기려고 그런가..아닌가..해서.."나는 문득 한이가 떠올랐다.'그러고 보니 연락이 끊긴 지 꽤 됐잖아... 나 잊고 있었구나...''잊었다' 보다는 생각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하는 편이 나았다.공부보다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관심을 쏟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나는 꾸준히 공부만 했다.나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오빠에게 보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살면서 생긴 독립적인 성향 때문인지 혼자서 하는 것들이 익숙해졌다.'아마 전화번호도 바꿨을걸...''영영 비밀의 숲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앞으로도 만날 수 없을 거야.'그렇게 오빠와 한이와 헤어지고 며칠 동안 한이와의 인연을 끊고자 가끔씩 애를 쓰기도 했었다.생각하지 않는 방법, 생각을 돌리는 방법 무수히 시도해보았다.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비행기 마냥 점처럼 느껴졌다.존재만 느낄 뿐, 어릴 적 기억도 흐려져 갔다.마지막으로 한이를 떠올렸던 적이 언제였을까."사라?"연지가 멍을 때리고 있는 내 얼굴 앞으로 고개를 밀어 넣었다."어? 응...!""왜 멍을 때리니... 어때, 내가 아는 사람 소개 시켜줄게. 응?""아..아니야."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무엇보다 공부를 해야하니까 고개를 흔들고 다시 책을 바라보았다."아니긴! 졸업이 이제 2년밖에 안 남은 가운데! 9년 동안 외롭게 살아간 허수아비로 끝낼래?"연지는 내가 보고있던 책을 휙 빼앗아 소리를 질렀다."와..허수아비라니..""액체 전공하는 애인데, 나랑 친한 남자애야. 어때? 물을 다스리는 남자라... 멋있지 않니?""물..계국..에서 왔나..봐?"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이나,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치는 수많은 물계국 학생들이 생각난다.계국마다 입는 교복 디자인은 같지만 색이 달라서, 유난히 물계국 학생들 교복이 이쁘다고 생각했었다.진한 남색 바지와 하얀 셔츠.바람계국은 밝은 하늘색에 하얀 셔츠.생명계국은 짙은 녹색에 하얀 셔츠.빛계국은 밝은 회색에 하얀 셔츠."응. 그럼 대답은 긍정적으로 받아두고, 연락한다!"곁에서 아무말 없던 엘라는 마시던 커피를 두고 갑자기 자리에 일어났다."있지, 나 과제가 생각나서.. 먼저 일어날게."책과 노트북을 부랴부랴 챙겨서 자리를 뜨는 엘라 등을 향해 우리는 인사를 했다."어~ 먼저가!"연지는 핸드폰을 만지더니 누군가와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표정을 보아하니 물계국 남자애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전화를 끊더니 연지는 씨익 웃더니 말을 이었다."내일 이 시간에 여기로 오면 될 거야. 그럼 만날 수 있어!""그..그래.."내심 나는 그런 자리가 불편했다.갑자기 새로운 누군가와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오후 6시가 되어 저녁을 먹기 위해 연지와 카페에서 나오자,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추운 겨울이다. 이제 손이 차가워 지겠지.장갑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다.언제부터였을까, 엘라와 연지의 속 마음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내가 새로운 사람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첫 인상만 크게 들리고, 며칠이 지나자 연지와 엘라의 소리가 닫혀 버린 듯 했다.연지가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점차, 나는 자라나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러다 화가 난 적도 있다.한번은 기분전환을 위해 러피 등에 올라 타 날아가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생물계국 학생이 지나가면서 러피를 욕한 적이 있다. 물론 마음속으로.아무리 레크리스의 잡종이라지만, 역시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레크리스는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생김새는 많이 다르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괴물이라며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고 지인들과 숙덕거리는 학생들도 많았다.생물을 그 누구보다 편견 없이 사랑해야 될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다니..!수업 시간에는 더 가관이다. 아이들의 딴 생각이 절로 들리니, 나도 딴 생각을 못하고, 수업에 집중은 더더욱 할 수가 없었다."사라?""어?"멍하니 서있는 나보다 한참 앞에 걸어가던 연지가 뒤돌아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옆에서 자꾸 부르는데, 대답이 없니... 뭐가 걱정 돼?""아니..그런 건..""괜찮아. 걔 진짜 괜찮아! 엘라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거야."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방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빠졌다.'이제 2년 남았어.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성적만 평균 A를 넘기면 좋은 기업에 들어가서 일할 수 있어.'나는 손바닥을 펼쳐 바람을 모았다.작은 회오리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문득 한이가 생각났다.멍하니 회오리를 만들다가 그만 두고 침대 뒤로 벌러덩 누워 버렸다."가기 싫어..."갑자기 문을 벌컥 열어 젖히더니 엘라가 들어왔다."사라! 눈이 더 많이 내리고 있어!""눈..."한이는 눈을 본 적이 없다고 했었다. 불계국의 열기 때문에 그 지역은 항상 비가 오거나 맑은 날이라고 했다.그렇게 나는 한이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과 같이 느껴졌다.'지금쯤 한이는 뭐하고 있으려나...'다음날 아침, 토요일.아직 일어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일어나게 되었다.연지 덕분이었다.그렇게 2시간 연지의 피드백을 받아 챙긴 후,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기숙사를 나왔다.워낙 교육원이 넓은 터라 주말 아침의 학교는 휑하기만 했다.어제 눈이 많이 내렸는지 아무도 밟지 않아 학교 안은 온통 새하얗다.연지와 엘라와 함께 자주 갔던 카페 앞에 오늘도 발을 멈춘다.들어가기가 싫다.나는 뒷걸음 치다가 그냥 뒤돌아 뒷산 산책로로 향한다.내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를 만큼 아주 멀리 걸어 올라갔다.연지한테 미안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쉽게 판단하는 소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상처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이 사실을 아직 친구들은 모른다. 오빠밖에 모른다.어렸을 적, 연지에게 들킬 뻔 했지만.공터 정상에 도착하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긴 의자에 주자 앉아 버렸다.우르릉....검은 먹구름이 스멀스멀 기어온다.'설마 어제 눈이 왔는데 비가..'쏴아아아아'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비를 피하려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다가, 일단 기숙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뛰었다.고개를 숙이고 막 뛰어가는데 누군가 앞을 가로막았다.아니, 가로막은 건 아니지만 그냥 길에 서있었다.'그냥 지나쳐야지.'그 사람의 신발 옆으로 비켜 뛰었다.그때 그 신발의 주인공이 내 손목을 확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푸른 향수 냄새가 났다.아직 바다를 본 적이 없지만, 바다의 품이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우산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니.'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괜찮아요?"

별점10.03명

작가의 말
그동안 연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게을러졌어요..
열심히 연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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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Manual Mag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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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Manual Maggio

Birthday: 199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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